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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소도 벌떡 일으키는 보양식 ‘낙지’ 찾아 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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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소도 벌떡 일으키는 보양식 ‘낙지’ 찾아 탄도!
  • 글·사진 최홍길 서울 선정고 교사(수필가)
  • 승인 2019.08.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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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섬’ 어디까지 알고 있니? 이야기가 있는 섬⑦생태계 보고 ‘섬’에서 즐기는 ‘이색여행
 

전남 무안군 무안읍에서 남서쪽으로 12km달려가면 망운면 송현리 마을 끝에 툭 불거져 나온 곳이 있는데 여기가 ‘조금나루’다. 백사장의 길이가 4km가 넘고 울창한 송림이 가득해 여름철에는 해수욕장으로, 봄과 가을에는 생태체험장으로 인기 있는 곳이다.

이곳 조금나루 해안에서 서쪽 바다 위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섬이 ‘탄도’다. 탄도만은 무안군 운남면, 망운면, 현경면, 해제면, 신안군 지도읍에 둘러싸인 넓은 만으로, 2008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데 이어 전국 최초의 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생명의 땅이다.

탄도만에서 주꾸미가 한창 많이 잡힐 때면 각 포구마다 미식가들이 몰려든다. 탄도만의 주꾸미는 갯벌낙지가 잡히기 이전인 2~4월까지 잡힌다. 바다와 갯벌의 전령사로서 미리 전하는 봄의 향기이다.

 

주꾸미는 어부들의 소득에 있어 중요한 어족자원이다. 그동안 탄도만 하면 낙지였지, 주꾸미는 서해의 중부 해역에서 잡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탄도만 갯벌에서는 2000년 이후 소라껍질 어구가 새롭게 개발돼 보급되면서 맛 좋은 주꾸미를 대량으로 잡는다. 어민 소득의 효자 상품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주꾸미가 없었던가? 아니다. 낙지를 잡다가 주꾸미가 잡히면 버렸다. 그 가치를 평가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세발낙지보다는 알이 꽉 찬 주꾸미가 더 먹기에 좋고 값이 싸기에 좋아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낙지가 덜 잡히게 돼 가격이 올라감에 따라 경제학적 대체재를 찾은 셈이지만, 기존의 가치평가가 너무 특정적인 것에 집중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탄도만에서 주로 많이 잡히는 무안 세발낙지는 다리가 3개가 아니다. 가늘 ‘세(細)’자의 세발이다. 다리가 가늘고 머리가 작은 세발낙지는 게르마늄이 많이 함유된 무안의 ‘뻘낙지’를 최고로 친다.

세발낙지는 갯벌 색깔을 닮아 잿빛 윤기가 흐르며, 씹으면 부드럽고 향미가 있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저칼로리 식품이며 고단백 저지방으로 평소 미식가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혈중 콜레스테롤을 억제하여 성인병을 예방하고 피로회복, 시력회복, 간기능 원활 및 철분 함량이 높아 빈혈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산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봄 농사철을 맞아 논과 밭갈이에 지쳐 쓰러진 소에게 낙지 2∼3마리를 먹이면 벌떡 일어난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무안 지방의 특산물이 바로 이 낙지다.

다리가 가늘어서 ‘세발낙지’로 불리게 된 이 연체동물은 머리가 알맞게 크고, 익힌 뒤에도 색이 붉게 변하지 않아 하얗고 부드러우며 고소한 맛이 일품이어서 전라도의 서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제사상에 올릴 만큼 귀한 음식으로 손꼽힌다.

이 조그만 낙지로 못하는 음식이 없다.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한입에 넣는 회, 칼로 잘게 다져 참기름 장에 찍어 먹는 다짐,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숯불에 굽는 구이, 낙지만 넣고 맑게 끓인 연포탕, 갈비와 함께 찜을 하는 갈낙탕, 낙지 비빔밥 등 실로 그 조리법이 다양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좋아한다.

 

<참고도서 이재언 ‘한국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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