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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행복의 랩소디...런더너처럼 골목골목을 누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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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행복의 랩소디...런더너처럼 골목골목을 누비다
  • 글·사진 이경아 해외 통신원
  • 승인 2019.01.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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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젠트 스트리트(Regent Street)’는 옥스퍼드 스트리트, 카나비 스트리트, 본드 스트리드 등과 함께 런던의 대표적인 쇼핑거리다.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10시 방향을 보면 곡선으로 휜 길이 보이는데, 리버티 백화점, 버버리 등 수많은 상점이 밀집돼 있다.

런던의 겨울은 혹독하다.
여름에도 쌀쌀한 날씨로 유명한 런던인데 겨울엔 오죽 할까.
가뜩이나 해를 보기 힘든 날이 많은데,
오후 3~4시부터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다.
비와 눈이 뒤섞인 이 으슬으슬한 날씨에 며칠 있다 보면
아주 오래된 옛날, 이 나라의 선조들이
왜 위험을 무릅쓰고 신세계를 향해 떠났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이런 걸 다 알면서, 다 아는 사람이
이 추운 겨울에 영국 런던으로 떠났다.
어둠 속에서 유난히 더 반짝이고
강추위 앞에서도 한 점 두려움 없이
자체 발광하는 알록달록한 그것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런던 두 번째 여정! 유명 관광지 대신 골목탐방

1년여 만에 다시 찾은 영국. 첫 번째 영국여행은 24개월 아이와 함께한 가족 여행이었다. 투어코리아 2017년 3월호에 소개했던 대로, 지난 여행에서는 아무래도 가족과의 첫 런던이었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들 위주로 동선을 맞추어 빠듯하게 다닌 감이 없지 않아있었다.

▲ 카나비 스트리트

물론, 즐거웠다. 행복했다. 하지만 사실 어딘가 한구석이 아쉬웠었다. 왜? 그 감정은 뭐였을까,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갈망이라고 하면 신랑이 비웃으려나.

고풍스런 역사와 전통이 엄청 살아 숨 쉬는 박물관과 각종 탑들, 미술관, 여유롭고 한적한 공원도 좋았지만! 그랬지만! 그 박물관을 찾아가던 길에 즐비하던 쇼핑 플레이스들, 미술관 옆 사잇길의 우아한 레스토랑, 공원 앞의 카페들이 더 궁금했고, 나에겐 아름다워 보였던 거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현지인들이 자주 다니는 골목골목, 쇼핑하는 마켓 등을 누비리라 마음을 먹었다. 추운 겨울에도 빛을 발하는 런던의 아기자기한 장소들… 빅벤이나 타워브릿지 등 유명 관광지에 밀려 미처 주목 받지 못했던 골목 구석구석을 누볐다.

▲ 옥스포드스트리트. 옥스퍼드 스트리트는 옥스퍼드 서커스역과 본드 스트리트 역을 일직선으로 잇는 쇼핑 거리로, 옥스퍼드 서커스 역에서 리젠트 스트리트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길을 따라 수많은 상점들이 늘어서 있어 구경하며 걷는 재미가 남다르다.

반짝반짝 런던 백화점 투어로 소소한 행복충전!

이번 여행엔 연말연시 시즌에 아이와 단 둘이서다. 그 소소한 행복 여정의 시작은 당연히 반짝반짝하는 물건들의 집결지, 백화점이었다.

어휴, 런던까지 가서 백화점이라니 뭐가 소소하다는 거야, 이 아줌마 진짜 못말리겠네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모르시는 말씀!

▲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해롯백화점

런던에서라면 백화점도 박물관, 미술관만큼이나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무려 160년!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해롯 백화점을 필두로, 셀프리지, 존 루이스 등의 유명 백화점들은 기본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각 백화점만의 특색이 있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고 런던이 유럽 최고의 패션 도시이니만큼 백화점의 쇼윈도까지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정받는단다. 특히 런던의 백화점들이 만든 자체 브랜드 제품, 흔히 우리가 PB상품이라고 부르는 제품의 퀄리티는 유럽 내에서도 손꼽힌다고.

▲ 본드스트리트. 전세계 유명 명품 브랜드가 밀집해 있는 런던 최고의 명품 거리로, 리젠트 스트리트 좌측(북쪽 기준)에 자리하고 있다. 올드 본드 스트리트와 뉴 본드 스트리트로 나뉘며, 올드 본드에는 티파니, 까르띠에, 프라다, 구찌 등의 명품 브랜드 상점이 늘어서 있다. 또 뉴 본드에는 경매로 유명한 소더비, 본함스 등이 있어 예술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다.

* 쇼핑 충동 부르는 ‘리버티 백화점’

런던 백화점의 빅5라 불리는 해롯, 셀프리지, 존루이스, 리버티, 하비 니콜스 등 모든 백화점들이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어 보는 내내 감탄의 연속, 정신을 잃을 정도였는데 그 중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물렀던 곳은 리버티 백화점이었다.

▲ 리버티 백화점

이국적인 외관과 원단과 단추 등 부자재, 문구류 등 리버티 특유의 화려한 패턴 PB상품으로 이미 국내에서도 유명한 곳.

패브릭이 진열되어있는 리빙 섹션에 역시나 인파가 몰렸는데 사람들이 걸을 때마다 삐그덕 소리가 나는 오래된 목조건물과 화려하면서도 수수한 느낌의 꽃무늬 패턴들이 묘하게 어울리며 뭐 하나라도 안 사면 손해를 보는 것만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 역시 그 깊이 있는 아름다움에 허우적거리며 하나 둘씩 물건을 바구니에 담기 시작하긴 했는 데 사악한 가격을 확인하고는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었어.’ 애써 자기위로를 하며 조용히 물건들을 제자리 다시 내려놓고 나왔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 화려한 패턴 PB상품으로 유명한 리버티 백화점
▲ 리버티 백화점

* 보헤미안 랩소디 열기로 뜨거운 ‘카나비 스트리트’

리버티 백화점에서 어렵사리 발걸음을 떼면 마주하게 되는 곳이 바로 카나비 스트리트인데 캐주얼한 펍과 샵들이 이어져있어 흡사 우리나라 홍대 부근의 느낌이 난다. 1년여 전에 왔을 때도 그랬지만, 역시나 지금도 어두워질수록 더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아, 1년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거리에 전설의 록그룹 <퀸>의 노래가 가득했다는 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한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그들의 고향인 이곳에서의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 보헤미안 랩소디 숍

카나비 스트리트에는 일명 <보헤미안 랩소디> 숍까지 문을 열었더라. <퀸>의 앨범 자켓 로고를 활용한 의류와 소품 등을 판매하는 곳인데, 1년 전에는 없었던 곳이다.

이렇게 비싼 금싸라기 땅에 자리 잡은 걸 보면 역시 컨텐츠의 힘은 대단하다 싶다. <퀸>의 활동시기에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 같은 어린 학생들까지 더해져 눈길을 끌었다. <퀸>의 팬이라면 모두 소장각 아이템. 참고하시길.

▲ 보헤미안 랩소디 숍
▲ 보헤미안 랩소디 숍

* 거리 누비다 허기질 땐 가까운 맛집으로 쓱!
- ‘버거 앤 랍스터’ & ‘플랫아이언’

지금까지 나열한 장소들, 5대 백화점부터 카나비 스트리트까지. 믿기 어렵겠지만 모두 하룻동안 걸어서 다닌 곳이다.

해롯 백화점에서 쭉 이어지는 명품거리를 지나 셀프리지 백화점에서 나와 본드 스트리트를 걸으면 존 루이스 백화점이 나오고 리젠트 스트리트로 이어지는 리버티 백화점을 지나 카나비 스트리트까지.

▲ 본드스트리트 명품거리 티파니

반짝반짝한 상점들을 구경하다가 또 중간에 미술관이나 공원에서 잠시 쉬기도 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곤 했다.

걷다가 허기가 질 땐 구글맵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을 검색해서 식사를 해결하면 되 보고. (구글이 없었을 땐 어떻게 여행을 다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 버거앤랍스타

검색하면 1순위, 2순위로 나오는 집은 늘 ‘버거 앤 랍스터’와 ‘플랫아이언’. 두 식당 모두 여행책에서도 강력 추천하는 적당한 가격대의 맛집이다. 런던 곳곳에 체인점을 두고 있어 찾기도 어렵지 않다.

인기 있는 곳이니만큼 대기 시간은 각오해야 하지만, ‘버거 앤 랍스터’의 경우 하비 니콜스 백화점 5층 식품코너에 위치한 지점은 그나마 좀 한가한 편.

▲ 파이브가이즈 버거집
▲ 벌링턴 아케이드. 피카딜리 서커스에 위치한 ‘벌링턴 아케이드(Burlington Arcade)’는 1819년에 문을 연 영국 최초의 아케이드 쇼핑몰로, 영국 왕실의 기품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외관부터 19세기의 영국거리와 건물의 모습이 담겨있으며, 시계, 수제화 등 고급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아케이드를 나오면 본드 스트리트로 연결된다.
▲ 옥스포드스트리트. 옥스퍼드 스트리트는 옥스퍼드 서커스역과 본드 스트리트 역을 일직선으로 잇는 쇼핑 거리로, 옥스퍼드 서커스 역에서 리젠트 스트리트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길을 따라 수많은 상점들이 늘어서 있어 구경하며 걷는 재미가 남다르다.
▲ 런던크리스마스마켓 풍경
▲ 런던크리스마스마켓 풍경
▲ 셀프리지백화점
▲ 셀프리지백화점
▲ 존루이스백화점
▲ 1707년에 생긴 런던 피카딜리에 위치한 차 전문점 ‘포트넘 앤드 메이슨’
▲ 본드스트리트의 뉴 본드 거리에 있는 소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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